사랑을 하자
; 시간이 모든 것을
; 남김없이 거두어 가기 전에
; 살아 있음에 행복을 느끼도록
; 기막히게 좋은 사랑을 하자
; 목숨을 간신히 부지하고 있을
; 안타까운 시간이 오기 전에
; 황홀함에 왈칵 눈물을
; 쏟아도 좋을 사랑을 하자
; 한순간에 황망하게
; 손에 쥐었던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
; 서러운 가슴의 피멍울도 씻어내고
; 기분 좋게 사랑을 하자
; 살아온 만큼의 외로움의 껍질을 벗겨내고
; 감추어둔 속마음 풀어
; 통째로 툭 터놓고 못다 한 아쉬움이
; 끝나도록 사랑을 하자
; ⊙ 용혜원 시집 「고백」중에서